기술서비스 비중 10% 그쳐...외주 맡기던 현장 정비 직접 수행 자기자본 40%·보유현금 60% 투입...영업권 2608억원 발생 상장 당시 타법인 취득자금 2317억원...인수대금 997억원 더 지출
HD현대 본사 모습. 사진=HD현대 제공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HD현대마린솔루션이 미국 골텐스 뉴욕(Goltens New York Corp.) 지분 100%와 노르웨이 골텐스 오슬로(Goltens Oslo AS) 지분 41.07%를 3314억8945만원에 사들인다. 골텐스 뉴욕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00억1200만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에는 17억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자산총계는 133억400만원인데 부채총계가 233억1600만원이다.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이 남는 셈이다.
이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업체의 지분 인수에 HD현대마린솔루션이 3315억원을 치르면서 노린 것은 이 법인이 거느린 15개국 서비스 거점과 숙련 인력 약 1300명이다. 정비시설은 돈을 들이면 지을 수 있지만 기술자는 수십 년 현장을 거쳐야 길러지기 때문에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적시에 실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력이 필요해진 계기는 엔진 수주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아페리온 에너지 그룹 홀딩스(Aperion Energy Group Holdings) 3개 법인과 6271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8월에는 코반 에너지 그룹(Corban Energy Group)과 956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선박용으로 쓰이는 대형 엔진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설비를 1조5831억원어치 판 것이다. 양사는 모두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HD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해 그룹이 만든 엔진의 사후관리를 맡아 온 회사다. 사업은 AM(애프터마켓)솔루션과 HD현대 그룹이 건조한 새 선박의 출항용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번 골텐스 인수와 맥을 같이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AM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매출 9350억7900만원을 올려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디젤·가스 엔진 발전소에 부품을 공급하고 기술지원과 운영관리를 하는 '육상발전 사업소'도 해당 부문에 들어 있다.
다만 매출의 대부분은 엔진 부품 공급에서 나오고 현장 정비와 수리 같은 기술서비스 비중은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 그간 HD현대마린솔루션에는 엔진을 미국 현장에서 정비할 조직이 없었다. 정비를 감독하는 핵심 인력만 내부에 두고 실제 작업은 주로 현지 외주 인력에 맡겨 왔기 때문이다.
골텐스는 1940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선박과 육상발전용 엔진, 제어·전력 시스템의 유지·보수·정비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와 중동, 유럽, 미국 등 15개국에서 28개 서비스 거점을 운영 중이다. 고객사는 2300여곳이고 누적 정비 실적은 5500척이다. 지난해 매출은 서비스가 70.1%, 부품을 사다 파는 트레이딩이 24.5%였다. 특정 엔진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계 사업자로 다양한 브랜드의 엔진을 정비해 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밝힌 양수목적은 '글로벌 기술서비스 역량 및 해외 서비스 네트워크 확보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다. 신용평가사들도 해외 정비 거점과 숙련 인력은 직접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이번 인수로 단기간에 확보하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외주로 돌려 온 현장 작업을 직접 수행하게 되면 외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한 힘센(HiMSEN)엔진을 비롯한 HD현대 계열 엔진 정비를 중심으로 성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골텐스를 통해 다른 제조사 엔진의 정비 노하우를 확보할 수도 있다. 육상 발전에서는 골텐스가 쌓아 온 발전용 엔진 정비 경험과 글로벌 서비스망을 그룹의 엔진발전기 수주에 연결할 수 있다.
골텐스 뉴욕의 자본잠식은 지주회사 회계 처리에서 비롯됐다. 해당 법인은 전 세계에서 정비 영업을 하는 계열회사들의 지분을 들고 있는 지주회사 격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하위 계열회사에 대한 투자가 원가법으로 계상돼 계열회사의 자산과 부채, 매출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열회사들이 굴리는 자산과 벌어들인 이익이 골텐스 뉴욕의 재무제표에는 올라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지주회사 단계에서 생기는 차입금과 관리비용은 그대로 반영된다. 자산이 묶여 있는 사이 손실이 쌓이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골텐스 오슬로를 더해도 2개 법인의 별도 자본총계 합계는 마이너스 73억3500만원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제시한 골텐스 뉴욕과 골텐스 오슬로의 합산 자본총계는 706억1383만원이다. 두 회사가 거느린 계열회사들까지 묶어 하나의 회사처럼 가정해 만든 수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개별 법인의 별도 재무제표로는 '양수대상 사업의 경제적 실질을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인수가격과 이 금액의 차액 2608억원은 영업권으로 남게 된다. 사들인 회사의 순자산보다 더 치른 돈을 고객망과 숙련 인력 같은 무형자산으로 재무제표에 올린다는 얘기다.
영업권은 매년 가치가 유지되는지 점검을 받아 인수한 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차이만큼을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달 8일 이사회에서 2개사 지분을 사들이는 안을 결의하고 같은 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도자는 카스퍼 패밀리 홀딩스(Kasper Family Holdings LLC)와 베일리 패밀리 홀딩스(Bayley Family Holdings LLC), 스트랜드 패밀리 홀딩스(Strand Family Holdings LLC) 3개사로 모두 투자와 지분 보유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지주회사다.
양수 예정금액은 2억4752만7966달러이며 3개사가 3분의 1씩 균등하게 나눠 각각 1104억9648만원을 받는다. 원화 금액은 이달 8일 최초 매매 기준율인 달러당 1339.20원을 적용했고 내년 2월 28일 현금으로 한꺼번에 지급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풋옵션 등 계약 체결 여부를 '미해당'으로 밝혔다. 인수한 지분을 되팔거나 가격을 보전받을 권리를 따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 매도자가 계약에서 한 약속이 사실과 다를 경우 매도자 대신 보험사가 물어주는 진술·보장 보험에 HD현대마린솔루션을 수익자로 설정해 가입했다.
자금 투입 규모는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 8247억2485만원의 40.19%다. 올 6월 말 연결 현금및현금성자산 4564억4068만원과 단기금융상품 913억원을 합한 5477억4068만원과 견주면 60.5%에 해당한다. 재원은 2024년 4월 상장 과정에서 확보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신주를 발행해 3671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년 반 전 해당 자금의 사용목적에 다른 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2317억2800만원을 배정했다. 이번 인수대금은 그 배정액보다 997억원 많다.
다만 골텐스 매출은 3년째 제자리다. 계열회사까지 더한 합산 매출은 2023년 1987억7827만원에서 지난해 2025억2765만원으로 1.9%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40억3485만원에서 111억4003만원으로 20.6% 감소했다. 골텐스의 영업이익률은 8.7% 수준으로 추산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률 17.7%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16.5%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