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스타리아는 2021년 4월 처음 출시돼 기아 카니발과 더불어 다목적차량(MPV) 시장에서 양대 산맥을 이룬다. 도로 위에선 거의 학원 통학차나 화물용 밴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다인승 택시로도 자주 볼 수 있다. 차량 성격상 일반 소비자보다는 사업자 구매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자가용, 흔히 말하는 패밀리카로 스타리아는 괜찮은 선택지일까. 지금보다 가족 수가 많았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현대차 스타렉스 초기형, 옛 쌍용차 이스타나 같은 차량이 대형 패밀리카 영역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물론 3~4인 가구가 보편적인 지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아 카니발 같은 미니밴이 더 선호된다.
최근 스타리아를 타고 1200㎞가량 시승해 본 결과 패밀리카로 흠잡을 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장거리 여행을 자주 다니거나 짐이 많으면서 개방감을 원하는 가족이라면, 스타리아는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라운지 =성상영 기자
◆공간·개방감, 역시 '스타리아'…SUV·세단 압도
시승 차량은 지난해 2월 출시된 스타리아 라운지 7인승 하이브리드다. 이 차량은 탑승객 편의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모델로 다양한 스타리아 라인업(제품군) 중 패밀리카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된다.
외관부터 살펴보면 일(一)자형 주간주행등과 그물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 전면 그릴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측면은 앞 유리부터 보닛 끝까지 곧게 떨어지는 사선으로 유려한 라인이 특징이다.
이러한 모습은 출시 초기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빠른 시간에 익숙해졌다는 반응이 다수다. 오히려 밴의 모델 변경 주기가 상대적으로 긴 점을 생각하면 스타리아가 시대를 앞서 갔다고 볼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라운지 측면 도어 오픈 모습. =성상영 기자
스타리아 라운지 7인승은 실내 구성 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세단을 압도한다. 좌석은 1열부터 3열까지 2×2×3 배열로 어느 자리에 앉든 상관없이 여유롭다. 그러면서 짐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다. 큰 차체 덕분에 답답함은 티끌도 없다. 말 그대로 '거거익선(巨巨益善)'이 무엇인지 여지없이 보여준다.
특히 2열 좌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락하게 몸을 잡아준다. 눈만 감았다 뜨면 목적지에 도착할 정도로 편안하다. 전동으로 등받이와 시트 쿠션(엉덩이가 닿는 부분), 무릎 받침대 위치를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열선·통풍 기능도 편의성에 한몫을 한다.
◇운전 편하고 연비 좋은데 '큰 덩치'가 문제일까
운전자 관점에선 언뜻 큰 차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는 전장이 5255㎜, 전고와 전폭은 각각 1990㎜와 1995㎜에 이른다. 운전석에 앉으면 일반적인 승용차보다는 트럭이나 미니 버스 같은 상용차에 가깝다.
반면 겉보기와는 달리 운전에 큰 어려움은 찾기 힘들다. 높은 시트 포지션(운전석 위치)과 넓은 전면 유리 덕분에 탁 트인 전방 시야가 높은 시인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이드미러에 들어오는 영역도 충분해 금새 차폭감을 익힐 수 있다. 스타리아는 축간거리가 3275㎜나 되지만 생각보다 회전 반경이 작아 주차나 코너링에도 무리가 없다.
현대자동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라운지 실내 2열 모습. =성상영 기자
막상 제원을 따져 보면 패밀리카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카니발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카니발 대비 전폭은 같고 전장과 축간거리가 각각 100㎜, 185㎜ 길다. 길 모퉁이에서 조금만 신경 써서 크게 돌면 되는 정도다. 평소 카니발이나 대형 SUV를 타던 운전자라면 쉽게 몰 수 있다는 얘기다.
덩치 큰 차가 갖는 단점인 연비도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에선 부각되지 않는다. 실제 시내 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계기반에 표시된 연비는 12~13㎞/ℓ를 꾸준히 유지했다. 정체가 극심한 서울 강남에서도 두 자릿수 연비를 기록했다. 출근 시간대 서울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올림픽대로를 달려봤다. 가다, 섰다 정차구간을 포함해, 중형 세단에서 볼 법한 16.3㎞/ℓ가 찍히기도 했다. 성인 4명이 타고 고속도로 평균 110㎞/h로 달리는 동안 연비는 약 13㎞/ℓ였다.
속도감을 즐기는 운전 습관에도 불구, 예상치 못한 효율이라 평가된다. 이러한 효율적인 연비의 가장 큰 역할은 전기 모터다. 50㎞/h 안팎 저속에서는 전기 모터로만 달리고 큰 힘이 필요할 때나 고속 영역으로 가속할 땐 엔진과 모터가 함께 바퀴를 굴린다. 정속 주행을 할 땐 전기 모터가 주로 돌아가고 엔진은 시동이 꺼지며 휴면에 들어가거나 배터리 충전에 쓰인다.
현대자동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라운지 트렁크 오픈 모습. =성상영 기자
◇승차감·안정성 '만족'…패밀리카로서 자격 충분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주행 질감 면에서도 패밀리카로서 매력을 한층 더했다.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는 기존 주력 모델인 디젤보다 훨씬 부드럽게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초반 가속 반응도 즉각적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그르렁거리는 소음에서도 자유롭다.
승차감도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하체는 2.3t에 달하는 무게를 버티는 만큼 단단함이 느껴지며, 요철을 처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판스프링이 들어간 90년대 승합차와 딴판일 뿐더러 SUV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준 부분을 꼽자면 주행 안정성이다. 시승을 겸해 여행지로 택한 영남 지역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풍이 심했지만, 2m 가까이 되는 높이가 무색할 만큼 흔들림이 매우 적었다. 곡선을 돌아 나갈 때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잘 억제됐다.
현대자동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라운지. =성상영 기자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계기반과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 크기가 작다는 점이다. 요즘은 스타리아보다 훨씬 작은 코나에도 12.3인치 계기반·인포테인먼트가 들어간다. 또한 대시보드 중앙 패널 위치를 운전자에 더 가깝게 배치해 조작 편의성을 높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의외로 좋다.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7인승은 '인스퍼레이션(4544만원)'과 '리무진(6357만원)' 두 가지 트림(세부 모델)으로 판매된다. 인스퍼레이션에 △선루프 △보스 음향 시스템 △빌트인캠(내장형 블랙박스) △컴포트Ⅱ를 추가한 풀옵션은 4808만원으로 카니발 하이브리드 7인승(4635만~5016만원+α)과 비교해 경쟁력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