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군림해 온 KG모빌리티(KGM·003620)가 전동화 픽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나섰다. KGM '무쏘 EV'는 픽업트럭과 전기차라는, 쉽게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범주를 한 데 겹쳐 놓은 차량으로 시장에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10일 시승한 무쏘 EV는 보디 온 프레임(차대 위에 차체를 얹은 방식)을 토대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여느 픽업트럭과 달랐다. 기존 픽업트럭이 '마초남'이라면 무쏘 EV는 부드럽고 자상한 '스윗남(sweet+男)'에 가까웠다. 모노코크(차대·차체 일체형)에 기반을 두면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도시를 누비는 색다른 픽업트럭이라는 평가다.
시승 구간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경기 양평군 서종면까지 편도 45㎞로 짧았지만, 무쏘 EV가 가진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KG모빌리티 무쏘 EV 측면. =성상영 기자
무쏘 EV는 토레스를 밑바탕에 둔 만큼, 전면부가 토레스 전동화 모델(토레스 EVX)과 매우 흡사했다. 전면부 일(一)자형 주간주행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릴 면적을 최소화한 토레스 EVX와 달리 무쏘 EV는 내연기관 모델과 같은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유순해지면서도 붉은색 포인트를 가미한 돌출형 범퍼로 남성미를 남겨 놨다.
옆에서 보면 영락없는 픽업트럭이지만, 길게 뻗은 몸매가 날렵해 보이기도 한다. 울룩 불룩한 근육을 자랑하기보다는 군살을 뺀 모습이다. C필러(세 번째 기둥) 손잡이 모양 장식은 적재함과 캐빈(객실)을 시각적으로 구분해 준다. 뒷바퀴를 밟고 적재함에 올라탈 때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듯 보이지만, 손잡이 용도는 아니다.
뒷모습은 꽤나 다부지다. 크게 기교를 부리지 않고 픽업트럭 본연의 기능적인 요소에 충실하다. 'X'자 형 리어램프(후미등)는 개성을 더하면서 후면 디자인 완성도를 높여 준다.
KG모빌리티 무쏘 EV 후면 모습. =성상영 기자
적재함 내부 바닥과 벽을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철판을 노출시키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적재함 문은 사람이 올라타도 될 만큼 견고하며, 짐은 500㎏까지 실을 수 있다.
실내는 SUV보다는 넓다고 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픽업트럭 대 거주성이 좋다. 픽업트럭은 2열 좌석이 직각에 가깝게 서 있는 게 보통인데, 무쏘 EV는 KTX 좌석처럼 시트 바닥이 앞으로 움직이며 등받이가 기울어지는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방식으로 탑승객 편의를 높였다.
스윗남 같은 면모는 도로로 나왔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형제 차량인 토레스 대비 한결 안락한 승차감이 도드라진다. 앞바퀴가 처음 요철을 만날 때 불쾌하게 엉덩이를 치는 느낌이 훨씬 적다. 이후 마무리도 깔끔하다. 고르지 않은 노면이 연속되더라도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크지 않아, 픽업트럭에서 엿보이는 안락함이 낯설 정도다.
KG모빌리티 무쏘 EV 적재함. =성상영 기자
무쏘 EV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토레스보다 무거워지고 휠베이스(축간거리)가 길어졌다. 하지만 이에 따른 이점을 장점으로 잘 살려냈다. 무쏘 EV는 싱글모터(전륜구동) 기준 공차중량 2155㎏로 토레스 EVX(1940㎏)보다 215㎏ 무겁다. 축간거리는 3150㎜로 470㎜나 더 길다. 묵직하면서 정제된 승차감을 내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다. 소음이 발생하기 쉬운 콘크리트 포장 도로에서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잘 걸러낸다. 속력이 100㎞/h를 넘어가면 맞바람 치는 소리가 1열 탑승객에게 약하게 전해지지만, 픽업트럭인 점을 생각하면 불만 요소는 아니다.
몰려든 상춘객 탓에 주말 못지않게 번잡한 양평 시내를 벗어나 본격적인 주행능력 테스트에 들어갔다. 무쏘 EV는 토레스 EVX와 똑같은 파워트레인(구동계)을 탑재했는데,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무게감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전기차 특유의 펀치력(치고 나가는 느낌)은 적었지만, 부드럽게 속도를 높이기에 무리가 없다.
KG모빌리티 무쏘 EV 실내. =성상영 기자
적어도 저속에서 만큼은 곡선을 돌아나가는 자세도 제법 안정적이다. 한쪽으로 쏠리거나 탑승객에 불안감을 주지 않는다. 다만 아주 조금만 욕심을 내면 금세 관성에 순응해버리고 만다. 5m가 넘는 긴 전장과 육중한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비는 예상 외로 잘 나와 놀라움을 안겼다. 시승을 마친 후 계기반에 찍힌 전비는 킬로와트시(㎾)당 6.1㎞로 17인치 휠 기준 공인 복합 전비 4.2㎞/㎾h를 한참 넘어섰다. 여건상 고속 주행을 오래 해볼 순 없지만, 크고 무거운 몸집을 생각하면 준수하다. 배터리 용량은 80.6㎾h로 환경부 인증 기준 한 번 충전해 400㎞를 달린다.
KG모빌리티 무쏘 EV 2열모습. =성상영 기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토레스 시리즈를 탈 때 지적한 내용을 반복하게 한다.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화면 안에 집어넣은 불친절함이 그것이다. 그나마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휠(조향대)에 즐겨찾기 버튼을 넣어 불편을 많이 줄였다.
한편, 무쏘 EV는 기본형 'MX'와 디자인 특화형 '블랙 엣지' 두 가지 트림(세부 모델)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각각 4800만원, 5050만원이다. 선택 품목으로 후륜 모터와 셀프 레벨라이저(차체 높이 조절 장치)를 추가할 수도 있다. 서울 기준 국고 보조금 652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86만원을 더하면 3962만원부터 구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