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유명환 기자]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가 지주 부회장과 증권사 대표를 겸직한 지 3년여 만에 양사 시너지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11일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내 비은행 이익 비중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1분기 18%로 6%p 점프한 가운데 강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투자·생산적금융부문'과 하나증권의 발행어음·CIB 사업이 맞물리면서 84조원 규모의 생산적금융 전환 프로젝트가 빠르게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예 따르면 강성묵 부회장은 2023년 1월 하나증권 대표 취임과 동시에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선임돼 그룹 손님가치부문장을 겸했다. 이후 시너지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말 단행된 2026년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투자·생산적금융부문' 사령탑을 맡았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3연임'에 성공했다. 통상 그룹 계열사 대표가 '2년 임기에 1년 연임(2+1)'으로 교체되는 관례를 깨고 1년을 추가로 부여받은 것으로 실적 정상화와 사업 체질 개선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겸직 체제의 가장 큰 성과는 그룹 비은행 비중 확대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금융 비은행 이익 비중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1분기 18%로 상승했다"며 "1분기 1000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증권 자회사 이익이 증가하면 비은행 비중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자체 실적 회복세도 가파르다. 하나증권은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영업손실 3668억원과 순손실 288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2024년 영업이익 1420억원·순이익 2251억원 △2025년 영업이익 1665억원·순이익 2060억원으로 빠르게 정상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1416억원과 순이익 103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실적에 근접하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겸직 시너지의 첫 축은 발행어음·초대형 IB 사업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국내 6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합류했고 지난 1월 3000억원 규모의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 즉시 완판시켰다. 자기자본 6조854억원을 기반으로 자기자본의 200%인 최대 12조원 규모의 자금 운용이 가능해진 셈이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그룹 차원의 모험자본 공급으로 연결된다. 하나금융그룹은 2028년까지 최대 4조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자본시장에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강 부회장이 이 프로젝트의 그룹 총괄을 맡고 있다. 발행어음을 자금조달 채널로, 하나증권 IB 본부를 투자 실행 조직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겸직 시너지의 두 번째 축은 채널 연계다. 하나증권은 강 부회장 겸직 효과로 하나은행 영업망과 하나증권 WM 채널을 동시에 활용해 발행어음과 IB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지난해 브로커리지 거래량이 104조9400억원으로 전년(44조6740억원) 대비 134.9% 급증하고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1340억원에서 1814억원으로 35.4% 늘어난 데는 은행 채널 시너지가 적지 않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세 번째 축은 그룹 'CIB 일체화' 전략이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시너지부문 산하 CIB본부를 △투자금융본부 △기업금융본부로 분리·확대 개편하고 산하에 '생산적금융지원팀'을 신설했다. 하나증권 IB 조직도 △생산적 금융 부문 △대체 금융 부문 양축으로 재편하면서 그룹 CIB와 하나증권 IB 조직의 보고·실행 라인을 통합 운영하는 체계가 자리잡았다.
네 번째 축은 정부 정책과의 연계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총 8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강 부회장이 그룹 투자·생산적금융부문장을 맡으면서 △발행어음 자금조달 △하나증권 모험자본 투자 △은행권 기업금융을 결합한 84조원 공급 계획의 실무 사령탑이 됐다.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의 그룹 자산 운용 시너지도 두드러진다. 하나증권은 강 대표 취임 이후 파생결합증권 발행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지난해 S&T 부문 이익은 2344억원으로 전년(2149억원) 대비 9.1% 늘었다. 그룹 트레이딩 역량과 증권사 운용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시장 변동성 국면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신사업 영역에서도 그룹 자원 동원이 가능해졌다. 하나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토큰증권(STO) 발행·유통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제24회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STO 관련 법·제도 정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그룹 디지털 본부와 연계한 사업 모델 구체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겸직 체제는 후계 구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승열(지속성장부문) △강성묵(투자·생산적금융부문) △이은형(신사업·미래가치부문) 등 3인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함영주 회장의 임기가 2028년 3월까지인 만큼 3인 가운데 차기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 부회장은 그룹 생산적 금융 사령탑이라는 정부 정책 대응의 최전선을 맡으면서 가장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IPO 부문에서 지난해 스팩(SPAC) 상장을 제외한 대표·공동주관 실적이 부진했고 부동산 금융 노출도 관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월 하나증권 리포트에서 "해외 대체 투자를 포함한 부동산 금융 노출도가 높은 편"이라며 부동산 업황 저하에 따른 손익 가변성을 지적했다.
강성묵 부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올해는 배수지진(背水之陣)의 각오로 생존을 걸어야 하는 해"라며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축적된 투자·심사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