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프로젝트, 전력 인프라 구축 관건 송전망·변압기·케이블 등 수요 확대 ESS까지 전력 생태계 전반 수혜 기대
초고압 케이블 [사진=LS전선]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정부와 재계가 추진하는 AI·반도체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가 '전력' 인프라 구축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평택·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HBM 패키징 팹 등에 총 2655조원을, SK그룹은 전국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21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변수로 전력 공급을 꼽는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정전이나 전압 변동만으로도 시설 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은 기업들도 강조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은 투자 계획을 밝히며 "전력과 용수는 AI 시대 가장 중요한 산업 인프라로 보다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메가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추가로 필요한 전력 규모가 약 27.7GW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할 송전망과 변전설비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도 송전망은 병목으로 꼽힌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송전망 건설 사업 상당수가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장 건설을 앞당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전력망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 초고압 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이 같은 이유로 전력기기 업계에서는 변압기와 초고압 케이블, ESS 등 전력 인프라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산업단지까지 보내는 송전망과 전압을 조정하는 변전설비, 공장 내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 인프라가 모두 함께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가동되려면 먼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송전망을 통해 이동하고 변전소에서 전압을 조정한 뒤 시설 내부로 배전되는 전 과정이 갖춰져야 한다"며 "어떤 인프라가 먼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발전설비와 송전망이 우선 구축되고 이후 변전소와 변압기, 전력 케이블, 버스덕트 등 전력 인프라가 순차적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도 전력과 용수 확보 문제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며 "공장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은 물론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하는 LS전선과 대한전선, ESS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다만 실제 수혜는 프로젝트 진행 속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는 이미 글로벌 수요가 이어지면서 생산능력이 대부분 가동되고 있다"며 "향후 국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이에 맞춰 공급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