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노조 성명 "신규 사외이사 선임 논의 시 책임있는 결단 필요" "경영 공백없는 대표 선임·교체 절차 마련해야"
서울 광화문 KT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장소영 기자] KT노동조합이 현 이사회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지연에 따른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부 사외이사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까지 겹치자 노조가 이사회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노조는 이사회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노조의 ‘이사회 전원 사퇴’ 요구가 실제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노사 간 정면 충돌로 확산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노동조합은 5일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현 이사회는 경영 안정화에는 실패한 채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며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한 차례 이사회 책임론을 제기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사실상 최후통첩을 던졌다는 평가다.
노조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견제받지 않는 이사회 구조’를 지목했다. 차기 CEO 선임 과정이 장기간 표류하며 경영 공백이 발생했음에도, 이사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사외이사의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내부 위기감이 급격히 고조됐다는 설명이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사회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 제도를 도입해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사회가 사실상 자율적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이사회 운영 및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CEO 공백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셀프 연임’ 관행을 문제 삼았다.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 노조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당연 해임되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사회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는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번 성명의 수위는 과거와 비교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이사회 주도로 추진되는 조직개편이나 구조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이사회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교섭 상대를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로 명확히 지목한 것으로, 이례적인 행보다.
노조는 또 대주주를 통한 우회 압박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최대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사회 구성의 정당성을 흔들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KT 안팎의 시선은 오는 9일 예정된 이사회에 집중되고 있다. 해당 이사회에서는 특정 사외이사의 도덕성 의혹과 함께 신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노조는 이사회 결과를 지켜본 뒤 추가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KT는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민기업”이라며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책임 없는 이사회 체제에서는 AICT 기반의 중장기 성장 전략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사의 미래 경쟁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