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규제 대상을 기존 기초 원자재에서 전방산업(다운스트림)으로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EU가 역내 기업에 부여하던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이 절반 이하로 꺾이는 2031년부터는 국내 수출 기업의 탄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수출 물량이 최대 17.9%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EU의 CBAM 시행이 대(對) EU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CBAM 적용 범위를 철강·알루미늄의 일부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향후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 2028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새롭게 규제 대상에 오르는 품목은 내연기관 산업용 기계류 화물자동차 등 산업용 제품과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정용 제품을 포함해 총 180여 개에 달한다. 무역협회는 신규 추가되는 다운스트림 품목의 94%가 철강 및 알루미늄 함량이 높은 산업용 자재로 구성돼 있어 자동차 기계 등 국내 주력 수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EU 역내 기업에 대한 무상할당률 축소 일정과 맞물려 급증하는 구조다. CBAM은 역내 기업과 역외 수출 기업 간의 탄소 비용을 동등하게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역내 무상할당이 줄어들면 역외 수출 기업이 구매해야 하는 탄소 인증서 유상 구매 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역내 기업의 무상할당률을 올해 97.5%에서 2030년 71.5%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파장이 본격화하는 시점은 2031년이다. 2031년에는 이 비율이 39%로 대폭 삭감되며 2032년 24% 2033년 11%를 거쳐 2034년에는 무상할당 제도가 0%로 전면 폐지된다.
무역협회가 EU 배출권거래제(ETS) 탄소 가격 전망치와 부문별 탄소집약도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저탄소 공정 전환 등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CBAM 부과로 수출 단가가 1% 상승할 때 해당 품목의 수출 물량은 0.98%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연도별 무상할당 축소 일정에 대입하면 수출 가격 상승폭은 무상할당이 유지되는 2030년까지는 0.9~5.4%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무상할당이 39%로 급감하는 2031년에는 수출 가격이 7.9~10.4% 뛰어오르고 제도가 전면 폐지되는 2034년에는 기준 연도 대비 최대 18.2%까지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경쟁력 약화는 곧바로 수출 물량 감소로 직결된다. CBAM 대상 품목의 EU 수출 물량은 2030년까지 0.9~5.3% 감소에 그치지만 2031년에는 7.7~10.2% 줄어들고 2034년에는 최대 17.1~17.9%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상 기존 제품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유럽 시장 수출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에 직면하는 셈이다.
이관재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5년 뒤부터 탄소 비용 부담이 본격화되는 만큼 우리 기업에 주어진 대응 시간은 많지 않다"며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저탄소 설비 전환과 공정 혁신을 완료하는 등 선제적인 공급망 관리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