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법인 임단협 결렬-지노위 조정 중지-쟁의권 확보 후 파업 가결 노조 "RSU는 장기 보상, 성과급과 별개"…사측 "이미 포함, 재무 부담"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1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카카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카카오 노동조합이 10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본사 직원 4명 중 1명꼴이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노조는 오는 29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노사 갈등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점심시간(정오~오후 1시)을 제외한 실질 파업 시간은 4시간이다. 카카오 본사가 파업에 나선 것은 전신인 아이위랩이 설립된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동참했다. 노조 집계 기준 본사 조합원 약 1,000명을 포함해 5개 법인 전체에서 약 1,500명이 참여했으며, 본사 전체 직원(3,922명) 기준 약 25%에 해당한다.
이들 5개 법인 노조는 지난 4월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된 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지난달 18일 1차 조정과 27일 2차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지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 찬반투표를 찬성으로 가결했다.
조합원들은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H스퀘어 일대까지 행진하며 "고용안정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카카오·계열사 조합원 외에 네이버·넥슨·엔씨소프트 등 판교 IT 기업 노조 관계자들도 연대 참여했다. 행진 참가 인원은 경찰 추산 약 500명, 노조 추산 약 800명으로 엇갈렸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보상 구조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업이익 13~14% 기준으로 환산하면 직원 1인당 약 1,0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매년 지급되는 500만 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성과급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기존 스톡옵션 제도를 대체해 정규직 직원에게 매년 5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하는 RSU 제도를 도입했는데, 노조는 RSU가 장기 보상 성격인 만큼 매년 경영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단기 성과급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RSU를 보상 체계의 일환으로 보고 영업이익 10% 수준의 성과급에 이미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사는 6%대 임금 인상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RSU 산입 여부를 끝내 좁히지 못했고, 파업 직전까지 물밑 협상을 이어갔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갈등은 보상 문제를 넘어 고용 안정으로도 번졌다. 노조는 최근 카카오 계열사를 중심으로 매각·분사·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구성원의 고용 불안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이날 집회에서 경영진 퇴진 구호가 등장한 것도 보상 체계 문제뿐 아니라 경영 실패와 사업 재편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분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파업에도 카카오톡·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는 정상 운영됐다. 서비스 운영 업무 상당 부분이 자동화돼 있는 데다 사측이 비상 대응 인력을 배치한 영향이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29일 전 조합원 참여를 목표로 한 총파업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날 부분파업을 경고성 단체행동으로 진행한 뒤에도 노사 교섭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파업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는 것이다. 성과급·RSU 갈등에 고용 불안까지 겹친 상황에서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카카오 역사상 첫 총파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