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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혜 업종 '호조'·전통 제조업 '부진'...하반기 산업 양극화 심화

2026-07-14 15:00:00

6월 반도체 수출 200% 급증·역대 최대치 경신...석유화학·철강 등은 물량 감소 지속
대한상의 "관세·공급과잉 등 대외 악재 겹쳐...업종별 맞춤형 정책 지원 절실"

평택항에 쌓인 수출 컨테이너. / 이미지 = 연합뉴스
평택항에 쌓인 수출 컨테이너. / 이미지 =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산업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업종별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입은 첨단 산업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반면 미국의 통상 장벽과 중국발 저가 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전통 제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하반기 산업계의 양극화가 한층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총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0.9% 증가한 1022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독일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 기록이다. 상반기 수출액 역시 496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전체 수출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업종별 체감 경기는 뚜렷하게 엇갈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1개 업종별 협회와 공동 분석해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반도체·자동차·배터리·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이른바 'ABCD' 업종은 '맑음' 또는 '대체로 맑음'으로 전망됐다. 반면 기계·건설·철강·섬유패션 업종은 '흐림', 석유화학 업종은 '비'로 예보돼 대조를 이뤘다.

수출 호조를 견인하는 대표적 업종은 반도체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99.5% 급증한 448억2000만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메모리 고정거래가격(DDR5 16Gb 기준)이 지난 3월 31달러에서 6월 40달러로 상승하면서 단가 인상과 물량 증가가 동시에 이뤄진 결과다. 상반기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1924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1734억달러)을 이미 초과 달성했다. 대한상의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가 97% 증가하고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스마트폰 및 PC의 메모리 탑재량이 늘어나면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컴퓨터(SSD) 수출 역시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6월 308.8% 급증한 54억1000만달러를 기록, 5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37.0% 증가한 15억4000만달러였으며, 이 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품목은 37.5% 증가했다. IT 및 자동차 제품의 OLED 전환과 폴더블 등 프리미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하반기 차량용 OLED 출하량은 42.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와 바이오 업종은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이차전지의 6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4% 증가한 7억달러, 상반기 누계로는 11.1% 늘어난 40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쟁국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대미(對美) 수출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와 46시리즈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공급 본격화가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헬스 부문은 6월 수출액이 14.1% 증가한 19억2000만달러로 역대 6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대한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기업으로 대체 수요가 유입된 데다, 구미 제약사와의 대형 위탁생산 계약이 이어진 영향이다. 상반기 수출액은 11.2% 증가한 92억달러로 집계됐다. 조선 업종의 6월 수출액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단가 상승에 힘입어 12.9% 증가한 2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문은 6월 5.8% 증가한 67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2026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 이미지 =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2026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 이미지 = 대한상공회의소

반면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외형적 지표와 달리 실질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의 6월 수출액은 18.8% 증가한 4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수출 물량 자체는 14.6% 감소했다. 내수 우선 공급 정책으로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단가가 인상된 데 따른 착시 효과로 풀이된다. 상반기 실적 역시 수출액(5.2% 증가) 추이와 달리 물량은 10% 줄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원료인 나프타를 고가에 매입한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는 '역래깅(고가 원료 매입 후 판매가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현상까지 겹쳐 하반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철강은 6월 수출액이 9.6% 증가한 21억4000만달러로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이는 전년도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에 따른 기저효과와 데이터센터 건설용 자재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는 여전히 2.0%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무관세 수입 한도 축소 등 수입 규제 강화로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일반기계 업종은 6월 7.5% 증가한 40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증가 전환했으나, 상반기 누계로는 2.9% 감소한 229억9000만달러에 머물렀다. 미국 관세 조치, 중동 분쟁으로 인한 물류 차질,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등이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섬유 업종 역시 6월 수출액이 11.6% 증가했음에도 K-패션 완제품 및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소재의 호조가 범용 직물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성장본부장은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주요국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가운데 통상 및 공급망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성장 산업의 투자와 혁신을 지원하는 동시에, 위기를 겪고 있는 산업에는 전환 비용과 경영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업종별 맞춤형(핀포인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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