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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산단 구조재편 '동상이몽'…에쓰오일 감축 난색에 정부 역할론 재부상

2026-08-19 15:50:02

대산·여수 250만 톤 감축에도 울산 산단 논의 답보 지속
에쓰오일 “설비 투자도 사업 경쟁력 기여” 입장 재확인
"최신 설비 감산 요구 한계...다양한 방식 참여 유도 필요"

 S-OIL 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S-OIL 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사업재편이 대산과 여수 산업단지에서 속도를 내는 반면, 울산 산단에서는 기업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S-Oil)이 울산 산단에 대규모 신규 설비를 구축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다. 이에 따라 울산 산단 사업재편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샤힌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산단에 9조 260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기준 연간 180만 톤 규모의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현재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대산·여수·울산 등 주요 3개 산단에서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에틸렌 기준 연간 370만t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산단에서는 에쓰오일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가 지난해 말부터 사업재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설비 감축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에쓰오일만 대규모 신규 생산능력을 추가하게 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기존 석유화학 설비와 단순히 생산능력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울산 산단의 기존 설비 상당수가 노후화된 반면, 샤힌 프로젝트는 최신 공정과 대규모 설비를 적용해 원료와 에너지 효율을 대폭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노후 설비를 줄이고 고효율 설비를 유지·확대하는 것이 국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샤힌 프로젝트에는 세계 최초로 상업 적용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술이 도입된다. 원유와 정유 공정에서 발생하는 저부가가치 유분을 별도의 나프타 정제 과정 없이 석유화학 원료로 직접 전환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고효율 스팀 크래커와 폐열 회수, 공정 최적화 기술 등을 적용해 원료·에너지 사용 효율을 끌어올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중국과 중동 등 해외에서 대규모 통합 설비 투자가 지속되는 만큼, 경쟁력 있는 고효율 설비에 투자하는 것 역시 산업 전체의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재편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쓰오일뿐 아닌 업계 일각에서도 국내 일부 기업의 설비 감축만으로는 글로벌 공급과잉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본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구조재편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만 생산능력을 줄인다고 해서 글로벌 수급이 크게 개선되거나 잔존 설비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부분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현재의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면 울산산단 역시 설비 감축 등 사업재편에 직접 동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부터 석화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주요 산단의 생산능력 조정과 기업 간 통합을 추진해왔다.

이에 힘입어 지난 2월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의 사업재편안이 승인됐다. 여수산단에서도 지난달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참여하는 사업재편안이 승인됐다. 두 산단에서 감축되는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250만 톤에 달한다.
다만 울산산단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는 석유화학 업황의 경기 순환적 특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화학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그런 만큼 현재의 공급과잉을 이유로 설비를 축소하면 향후 업황이 회복됐을 때 생산능력 부족으로 수혜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기업들이 사업재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감축 규모와 방식을 두고 선뜻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에쓰오일에 단순 설비 감축 대신 유연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샤힌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자본이 투입된 만큼, 타 국내 기업과 동일한 방식의 감축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설비 감축 대신 다른 기업의 구조재편을 지원하거나 공동 투자에 동참시키는 등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신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중동전쟁을 겪으면서 사업 재편이 조금 지연되는 부분이 있다”며 “석화산업 재편의 본질은 과잉설비 이슈”라고 밝혔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도 지난달 22일 여수 1호 프로젝트 기업 간담회에서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단이 참여하는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며 대산·여수에 이어 울산 지역의 사업재편 논의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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