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이상 물류 투자·와우 멤버십으로 고객 확보하며 시장 우위 유지 3분기 매출 14조원 돌파하며 성장 지속에도 누적 영업손실 1조 넘겨 수익성 회복·경영 위험 관리에 무게..."흑자 전환 추가 사고 여부 달려"
쿠팡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편집자주>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주요 업체들의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거래액과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최근 성장 동력 확보와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매출 감소와 적자가 이어지는 업체들은 비용 효율화와 사업 구조 재편, 유동성 확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SSG닷컴, 11번가, 지마켓 등 주요 업체들의 경영 현황과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로켓배송' 중심의 물류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물류 인프라와 유료 멤버십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며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려왔다. 다만 자체 물류망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에 개인정보 유출과 물류센터 화재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경영 위험을 줄이는 것이 향후 성장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쿠팡은 매출과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마켓과 SSG닷컴, 11번가 등 경쟁 업체들이 매출 감소와 적자 지속으로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쿠팡의 성장세에는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자체 물류망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앞서 쿠팡은 물류 인프라에 6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여 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시설을 구축했다. 국내 인구 약 70%를 이른바 '쿠세권'에 포함시키며 당일·익일 배송 체계를 마련했다. 상품 직매입부터 보관과 배송, 반품까지 직접 담당하는 구조는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 7890원의 와우 멤버십도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무료배송과 반품 혜택에 쿠팡이츠, 쿠팡플레이를 결합해 고객 이탈을 줄이는 방식이다.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에도 배송 편의성과 멤버십 혜택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쿠팡Inc가 4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14조2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주력인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도 83억7400만 달러(약 11조2337억원)로 5% 늘었다. 활성고객은 2520만명으로 2% 증가했다.
반면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3분기 영업손실은 6423억원으로 직전 분기 8350억원보다 적자 폭이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8318억원으로 앞서 최대 연간 적자를 기록했던 2021년의 1조7088억원을 넘어섰다.
수익성 악화에는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일회성 손실과 원가 부담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쿠팡은 3분기 인천 물류센터 화재 관련 손실 2억4800만 달러(약 3327억원)를 반영했다. 해당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영업손실은 2억200만 달러(약 2710억원)에 달했다.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 17.7% 증가하며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주력 사업에서도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억8500만 달러(약 516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매출과 고객 수는 늘었지만 물류 운영과 상품 판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낮아진 모양새다.
현금 창출력도 약화됐다. 올해 1~3분기 영업활동으로 확보한 현금은 7억6300만 달러(약 1조23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 투자에 사용한 돈까지 고려한 잉여현금흐름(FCF)은 1억3100만 달러(약 175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는 늘고 자본은 줄면서 9월 말 기준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284.7%에서 544.8%로 상승했다.
다만 재무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쿠팡의 보유 현금은 54억4400만 달러(약 7조3031억원)로 총차입금 17억6100만 달러(약 2조3624억원)보다 많다. 그러나 현금 보유액이 지난해 말보다 13.8% 감소한 만큼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쿠팡은 기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사업과 중소상공인 상품 판매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미 구축한 배송망을 활용해 판매 상품을 늘리고 고객의 구매 빈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최근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쿠팡 온리 페스타'를 개최하며 곰곰·탐사·코멧 등 주요 상품과 협력 중소 제조사의 제품을 선보였다. 전통시장과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과제로는 개인정보 유출과 물류센터 화재 등 경영 위험을 줄이는 게 꼽힌다. 보안 사고와 시설 안전 문제가 과징금과 법률 대응 비용, 일회성 손실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소비자 신뢰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발생한 손실을 나눠 부담하지 않고 회계장부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등 보수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과징금과 법률 대응 비용 등 각종 부담을 지고 있는 만큼, 흑자를 이어가기보다 이미지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만큼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위험 관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다시 흑자로 전환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점은 추가적인 사건·사고 발생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