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정백희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드디어 개막했다. 199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대한민국에서 개최하는 세계적인 겨울 스포츠 제전을 즐기는 스포츠팬들과 동계 올림픽을 위해, 평창 동계 올림픽 안내서를 준비했다. ‘Passion Connected - 하나 된 열정’으로 동토를 누비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A부터 Z 까지 알아보자.
(사진=하네스 슈나이더 재단 공식 홈페이지)
◇ 알파인 스키 (Alpen Ski)
알파인 스키는 ‘알프스 지방의 스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알파인’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독일어 ‘Alpen’으로 알프스 지방을 뜻하는 단어다. 알프스 지방은 눈으로 뒤덮인 지형과 가파른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알프스 지방의 나무꾼, 양치기, 사냥꾼들은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기 위한 스키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스키를 타고 나무, 바위 같은 장애물의 사이를 누빈 것이 알파인 스키의 고전적인 유래다.
알파인 스키를 현대의 스포츠 형식으로 발전하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은 하네스 슈나이더(Hannes Schneider)다. 하네스 슈나이더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명 스키어다. 알프스산맥의 아를베르크 고개 부근에서 태어났다. 알프스 산맥이 고향인만큼, 어릴 적 부터 스키를 가까이 접했다. 하네스 슈나이더는 그의 고향의 이름을 붙인 ‘아를베르크 스키술’을 창안했다. 그가 저술한 ‘Der skitourist’는 아직도 ‘스키의 교과서’로 인정 받고 있다. 1920년에는 아놀드 펑크(Arnold Fank)감독이 연출한 ‘스키의 경이’라는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알파인 스키는 기본적으로 하-동계 올림픽의 종목 중 가장 빠른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2013년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에서는 요한 클라레가 경기 도중 162Km/h의 속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봅슬레이 같은 썰매 종목이 보통 기록하는 146Km/h보다 빠른 기록이다. 일반적인 알파인 스키의 평균 속도는 140Km/h 이상이다.
◇ 알파인 스키는 4개의 세부종목으로 구성. '회전-대회전-수퍼 대회전-활강'
(사진=웹데일리)
알파인 스키는 4개의 세부종목을 가지고 있다. 회전-대회전-수퍼 대회전-활강이다. 이중 회전과 대회전은 ‘기술 종목/경기’로 분류한다. 수퍼 대회전과 활강은 ‘스피드 종목·경기’로 분류된다.
‘기술 종목·경기’는 총 2번의 경기를 치른다. 1번 차시와 2번 차시를 모두 플레이해 이를 합산하여 경기 결과를 산정한다. 반면, ‘스피드 종목·경기’는 1번의 플레이로 모든 성적 산정이 끝난다. ‘스피드 종목·경기’가 1번의 플레이에 그치는 것은 ‘기술 종목·경기’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1) 기술 종목·경기
회전
촘촘하게 배치된 기문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경기다. 기문의 간격은 75cm에서 최대 13m로 매우 좁다. 따라서 촘촘한 기문 사이를 빠져나가는 기술이 중요하다. 가장 짧은 길이의 스키를 사용하며, 폴대도 다른 종목과 달리 직선으로 뻗어있다.
대회전
기문과 기문 사이가 최소 10m로 회전 종목과 비교해 매우 넓다. 회전 경기가 짧은 간격으로 잦은 회전을 통해 거리를 주파하는 기술이 필요한 경기라면, 대회전은 급격한 방향전환과 급가속-감속을 견뎌내는 기술이 필요한 경기이다. 대회전의 기문에 사용되는 깃발은 활강, 수퍼대회전같은 사각형 깃발이다. 단순한 봉 모양의 기문을 사용하는 회전 경기와는 차이가 있다.
2) 스피드 종목/경기
수퍼 대회전
기술 종목/경기보다 훨씬 가파르고 기문의 사이가 25m다. 회전, 대회전보다 넓은 간격의 기문을 가지고 있고 경사가 급해 속도가 빠르다. 때문에 기술 종목/경기보다 선수의 신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상당해 부상위험이 높다. 회전, 대회전보다 긴 길이의 스키를 사용한다. 수퍼 대회전에서 사용하는 기문의 개수는 남자 최소 35개, 여자 최소 30개이다.
활강
정해진 코스를 순서대로 통과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경기. 가장 빠른 종목으로 동 하계 올림픽 중 최고의 스피드를 느낄 수 있는 종목이다. 활강 종목은 평균 140Km 정도의 스피드를 형성한다. 활강 코스는 점프 구간 3곳을 가졌으며, 눈 위에 물을 뿌려 얼음을 형성시킨다. 눈이 아닌 거의 얼음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코스와 종목의 특성상 위험이 가장 높다. 활강에 참가하는 알파인 스키 선수는 안전을 위해 의무적으로 공식 연습에 참가해야한다.
◇ 알파인 스키와 올림픽
(사진=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알파인 스키는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 올림픽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동계 올림픽 알파인 스키의 최대 강자는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는 하네스 슈나이더의 조국답게 동계 올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에서만 총 105개의 메달을 가져왔다. 이 중 금메달은 무려 31개에 달한다. 2위인 스위스가 59개의 메달, 20개의 금메달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오스트리아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3개의 금메달, 총 9개의 메달을 가져오면서 위상을 입증했다.
이 밖에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스위스, 북유럽의 노르웨이가 전통의 강자다. 최근에는 미국과 독일도 준수한 성적을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는 상당히 취약한 종목이다. 금메달은 고사하고, 아시아 지역 국가가 획득한 메달은 거의 없다. 일본과 호주가 획득한 은메달, 동메달 하나씩이 전부다. 나가노, 삿포로, 평창 그리고 개최가 예정된 베이징까지, 동계 올림픽의 총 4개의 개최지가 아시아인 것을 고려하면 쑥스러운 실적이다.
대한민국은 1960년 제8회 스쿼밸리 동계 올림픽 남자 알파인 종목에 임경순이 처음 참가했다. 현 대한민국 알파인 스키의 간판은 정동현이다. 정동현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슈퍼 복합 부문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7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회전 부문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에는 한국 스키 역사상 최초로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결선에 진출했다.
◇ 키워드 3가지 1) 올림픽 무관에서 벗어난 '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
(사진=국제 스키 연맹)
마르셀 히르셔는 명실상부한 알파인 스키의 ‘황제’다. 알파인 스키 월드컵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연속으로 제패했다. 세계선수권 금메달 6개, 월드컵 총 금메달 48개로 가장 강력한 평창 동계 올림픽 금메달 후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마르셀 히르셔는 그동안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처음 출전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메달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아깝게 놓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1달여 남겨놓은 지금, 마르셀 히르셔의 컨디션은 최고조다. 2017년 12월에는 시즌 개막 후 금메달 3개를 빠르게 획득했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은 마르셀 히르셔가 자신에게 붙여진 ‘황제’의 칭호를 증명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마르셀 히르셔는 이미 알파안 스키 남자 복합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무관의 한을 드디어 푼 셈이다. 마르셀 히르셔는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인 회전, 대회전 종목에서 금메달 추가를 노린다.
‘오뚝이 스키 여제’ 린지 본
(사진=린지 본 개인 홈페이지)
린지 본은 알파인 스키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다. 린지 본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주의 전 애인으로도 유명하지만, 여자 알파인 스키의 살아있는 전설이기도하다. 린지 본은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여자 알파인 스키 활강 금메달리스트이며 무려 77회의 월드컵 통산 우승을 자랑한다. 이는 여자 알파인 스키 선수 중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이다.
린지 본은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활강 종목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하지만 올림픽을 위한 훈련 중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큰 부상을 입었다. 린지 본은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결과는 메달권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과 도전으로 ‘올림픽 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질 않았고 소치 올림픽을 무릎부상으로 놓쳐야 했으나 린지 본은 아직도 건재하다. 2017년 12월에는 34살의 나이와 대회 직전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라고 선언한 ‘스키 여제’는 이번에도 ‘올림픽 정신’을 보여줄 전망이다.
‘For Honor - 바이킹 전쟁’ 악셀 룬 스빈달, 셰틸 얀스루드
(사진=국제 스키 연맹)
악셀 룬 스빈달, 셰틸 얀스루드는 노르웨이의 알파인 스키를 지탱하는 두 거목이다. 셰틸 얀스루드와 악셀 룬 스빈달은 나란히 월드컵 랭킹 4, 5위에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악셀 룬 스빈달은 활강 종목 월드컵 랭킹 1위이며, 셰틸 얀스루드는 수퍼 대회전 종목 월드컵 랭킹 1위다(1월 8일 기준). 두 선수는 깊은 친분을 과시하지만 코스에서는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인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남자 활강 부문에서는 얄궂게도 셰틸 얀스루드가 룬 스빈달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해, 악셀 룬 스빈달이 무관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각각 한국 기준으로 35, 32세의 악셀 룬 스빈달과 셰틸 얀스루드에게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르웨이 알파인 스키를 지탱해온 두 영웅의 동행이 끝나는 마지막 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