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2028년까지 투자 여력”…5개사 CAPEX 1.16조달러 전망 리스·구매약정 부담 커지고 수주잔고는 AI 스타트업 집중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주요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다만 빅테크 자체 현금만으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함께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나이스신용평가의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투자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5개사의 AI 인프라 투자가 202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AI 인프라 지출의 약 82%가 이들 5개사에 집중된 가운데 이들의 전체 자본지출(CAPEX)은 2027회계연도 1조317억달러에서 2028회계연도 1조1677억달러로 13.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투자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금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5개사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CAPEX 비율은 2021년 42.1%에서 올해 연 환산 기준 95.1%까지 상승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대부분을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자체 현금만으로 예정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나신평은 아마존이 2027~2028회계연도 투자 전망치를 충족하려면 자체 자금 외에 941억달러(약 132조원), 오라클은 557억달러(약 78조원)를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신평은 외부 조달을 병행할 경우 오라클을 제외한 4개사가 2028년까지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즉 당장 돈이 떨어져 AI 투자가 중단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투자 재원을 자체 현금에서 채권 등 외부 자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빅테크의 재무 부담이 커지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 부담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미개시 리스와 구매약정 규모는 오라클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9.1배, 알파벳 약 5.3배, MS 2.9배에 달했다. 투자 확대에 따라 향후 실제 자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AI 투자가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자금의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투자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신평은 레버리지 확대가 신용위험 상승과 조달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AI 투자 효율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AI 관련 클라우드 매출이 늘면서 5개사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2024년 이후 반등했지만 매출액을 3년 평균 설비투자로 나눈 지표는 5개사 모두 하락했다. 투자 규모가 커지는 속도에 비해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빅테크의 수주잔고는 빠르게 늘었다. 2026년 6월 기준 전체 매출 대비 수주잔고는 알파벳 1.1배, 아마존 0.6배, MS 2.0배, 오라클 9.5배였다. 클라우드 매출 대비로 보면 각각 5.7배, 3.1배, 4.9배, 10.9배에 달했다.
다만 수주잔고가 곧바로 현금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신평은 MS·오라클·아마존의 수주잔고에서 AI 모델 개발사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4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AI 모델 개발사들이 향후 인프라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지가 빅테크의 투자 지속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빅테크의 투자 구조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도 중요한 변수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GPU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메모리 수요가 이어진다. 빅테크가 2028년까지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공급 확대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4와 DDR5, eSSD 판매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난 2분기 HBM4 공급을 늘린 데 이어 HBM4E 샘플도 출하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하고 주요 고객을 포함한 10여 곳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하며 중장기 공급 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빅테크와 이를 사용하는 AI 모델 기업 사이의 자금 흐름도 변수다. 나신평은 AI 서비스 사업자들이 인프라 사용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가 빅테크의 투자 회수와 추가 투자를 좌우할 수 있다고 봤다.
오픈AI 역시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올해 2분기 매출은 67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1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23억달러로 전 분기 93억달러보다 확대됐다. 매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AI 인프라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나신평도 외부 조달이 적절히 병행될 경우 2028년까지 빅테크의 투자 동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AI 사업에서 높은 수익창출능력이 지속되는지를 중장기적인 관찰 대상으로 꼽았다.
김웅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기존의 재무적 완충력을 고려하면 2028년까지 외부 조달을 통한 AI 투자 모멘텀은 유지될 수 있다”면서도 “부외 레버리지가 확대되면서 조달금리와 신용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주요 AI 모델사의 적자도 큰 만큼 향후 인프라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