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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호황속 위기-2] 中 1.8만TEU 건조 가격 韓보다 2천 달러 싸

2026-11-03 16:20:00

한국 조선소가 중국에 밀리는 이유 ①
정부·금융·철강·기자재·엔진 공급망과
조선소 생산능력 결합한 산업 기반 강화
벌어진 선가 격차, 수십 년 신뢰도 무색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10% vs. 70%’

대한민국은 이미 중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전 세계 조선산업에서 빠르게 밀려 나가고 있다.
국민은 K-조선 빅3가 2026년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돌파했다는 소식에 취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주도하는 경기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빠졌으며, 미국 마스가(MASGA) 참여로 함정과 상선을 망라한 미국 현지 조선시장 진출 꿈에 젖어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자화자찬하는 동안 세계 조선·해운 시장의 큰 흐름은 중국 주도로 넘어간 분위기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9월 전 세계 상선 누적 수주량은 707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2558척)로 전년 동기 4513만CGT(1958척) 대비 57% 증가했다. 한국은 1093만CGT(277척, 15%), 중국은 5391만CGT(1995척, 76%)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43%,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181만CGT(99척, 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 줄었다.

9월 말 현재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272만CGT 증가한 2억2367만CGT이며, 한국 3817만CGT(17%), 중국이 1억5104만CGT(68%)를 차지했다.

10%대의 시장점유율에 머무른 한국은 70%를 넘어선 중국의 독주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고착화됐다. 오히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장차 한국 조선산업이 일본과 같은 처지로 밀릴 수 있다고 본다. 이러면 한국 조선산업은 붕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체 건조 물량의 95% 내외가 해외 선주들로부터 수주한 것들이라 이들 물량이 빠지면 받쳐줄 내수 물량이 없다 앞서 초대형 해외 선사들을 예로 들었으나. 남성해운과 KMTC는 최근 선대를 확장하면서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등 그나마 국내 해운사가 내놓는 물량도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섬나라인 일본은 어쨌건 일정 수준의 내수 물량을 가지고 있어 연명하는 것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조선산업의 성장은 한국 조선업계 눈앞에 닥친 위험 요인이다. 압박의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를 다음의 여섯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중국이 조선업을 개별 기업의 경쟁이 아닌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과 중국 조선업의 차이를 인건비나 강재 가격으로만 설명하는 시기를 지났으며, 동일한 기준에서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해야 한다.
중국은 국영 조선 그룹인 중국선박집단(CSSC) 계열 조선소뿐 아니라 양쯔장조선, 뉴타임스조선 같은 민간 조선소와 헝리중공업 등 신규 진입 업체까지 대형 상선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금융·철강·기자재·엔진 공급망과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결합한 산업 기반이 크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세 가지이다. 우선 ‘설비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로, 대형 도크와 건조 설비를 늘려 여러 선종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 다음은 ‘공급망의 규모 효과’로, 철강과 주요 기자재의 조달, 협력업체의 생산 경험을 축적해 비용과 생산시간을 줄일 여지가 크다, 마지막으로 ‘수주 물량을 통한 학습 효과’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형을 반복 건조하면서 설계 표준화와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과거의 저임금·저가 건조국에 머무르지 않고 대형 선박을 대량으로, 반복적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건조할 수 있는 산업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조업의 기본은 ‘만드는 것(making)’이다. 만드는 경험을 쌓는 만큼, 기술이 늘어나고 생산 공정을 단축하며, 원재료 구매 가격을 줄일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완제품 생산 시간과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지금 중국이 이런 탄력을 받고 있다.

이는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조선산업 세계 1위에 올라섰을 때 보유하고 있던 강점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느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조선산업은 특히 기술과 상하 공정 산업의 협업뿐만 아니라 금융과 시회적 환경에 더해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이 결합해 긍정적 승수 효과를 내야 할 성공할 수 있는 종합 산업이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던 강점은 고스란히 중국에 넘어갔고, 치열한 경쟁에서 중국기업이 승리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2026년 한국 조선산업 동료평가(Peer Review of the Korean Shipbuilding Industry)’ 보고서도 중국과의 경쟁 심화가 한국 조선업의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의 대항마로서 한국도 역할을 다해낼 수 없다는 우려가 확신으로 굳어졌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요인은 가격 차이가 선사의 의사결정을 바꿀 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의 연장선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가 진행한 28억 달러(약 3조7551억 원) 규모의 1만8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 컨테이너선 12척을 건조하는 계약 입찰에서 중국 조선소가 제시 가격이 한국보다 척당 약 2000만 달러(약 268억 원)가량 낮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12척을 기준으로 한국보다 2억4000만 달러(약 3219억 원) 저렴한 것인데, 동급 선박 1척 건조 비용보다 많은 돈이다.

추정치가 사실인지는 밝힐 수 없으나, 머스크를 비롯해 세계 1위 MSC와 3위 CMA CGM 등 해운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이저 선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재편 압박에 오히려 중국 조선소와 협업 체제를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은 고부가가치 선으로 분류되는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에서도 K-조선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중국이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 선박을 만드는 중국 조선소들은 한국 기술진을 영입해 공정 기술을 배웠고, 풍부한 수주 물량을 소화하면서 납기 일정을 맞추거나 단축하기 위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 K-조선이 지금도 주장하고 있는 납기 준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선사 입장에서 컨테이너선은 수익을 창출하는 운송 자산이다. 동일한 운송 능력과 비슷한 연료 효율을 확보할 수 있다면 초기 투자비를 낮추는 것은 매우 큰 유인이다. 특히 선박을 수십 척씩 발주하는 선사는 한 척당 가격 차이가 전체 선대 투자비와 자금조달 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 조선소가 높은 품질과 기술력을 제공하더라도 그 프리미엄이 선사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면 수주하기 어려워진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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