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정백희 기자] 이탈리아 축구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 탈락 충격에 이어 이번에는 리그에서 일이 터졌다.
이탈리아 리그 세리에 A의 대표 명문 AC밀란이 발원지다. AC밀란은 최근 재정 건전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번 시즌 AC밀란을 인수한 중국계 컨소시엄이 문제의 발단이다. 중국계 컨소시엄의 사장 리용홍(李勇鸿)이 사기꾼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신에 따르면 리용홍의 재산은 AC밀란 인수 당시 주장한 것과는 매우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인수 당시 리용홍이 자신이 소유주라고 말했던 광산은 실제로는 다른 그룹의 소유였다. 광산업을 통해 부를 쌓았다고 했지만, 중국 채광업계에는 그의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운영한다는 기업의 사무실은 임대료도 지불되지 않은 채로 비어있었다.
리용홍과 중국계 컨소시엄의 재정 의혹은 구단과 이탈리아 축구계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AC밀란은 지난 이적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사용해 영입전을 펼쳤다. 이적료와 급여가 비싼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중국계 컨소시엄의 재정이 예상과 다르다면 큰일이다. 이적시장에서 뿌렸던 자금이 그대로 구단의 빚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AC밀란에는 참담한 순간이다. AC밀란은 지난 몇 년간 저조한 성적과 전 구단주 베를루스코니에 의한 재정 악화로 고통받았다. 시즌 초 꿈 꿨던 장밋빛 미래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고사하고, 전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AC밀란은 이미 UEFA에 제시했던 자발적 협약을 거절당한 상태다. UEFA는 AC밀란의 터무니없는 FFP 계획서와 신시장 개척에 의문을 표시했다. UEFA가 문제로 삼은 것은 AC밀란의 막대한 부채다. 밀란은 당장 3810억원의 큰 부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UEFA는 AC밀란이 2~3년 이내에 현재 보유한 빚을 해결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계는 AC밀란의 상황에 큰 우려를 보내고 있다. AC밀란의 상황이 2010년대 초반 일어났던 파르마 몰락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파르마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탈리아 리그의 강호였던 팀이다. 하지만 2003년 파산 위기에 빠지며 악몽이 시작됐다. 성적은 자연스럽게 하락했고 강등을 경험하기까지 했다. 다행이 1년 만에 바로 승격하며 1부리그에 빠르게 복귀했으나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2014-15시즌, 파르마는 '잠피에트로 마넨티'라는 사기꾼의 돈세탁 범죄에 이용당해 재정 파탄에 빠졌다. 파르마의 부채는 1199억 원에 달했고 파산 선고를 받았다. 파르마는 구단의 부채를 해결해줄 새로운 구단주를 기다렸으나 구매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파르마는 아마추어 리그 강등과 팀명 박탈이라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파르마는 팀을 사랑하는 전·현직 선수들과 팬들 덕에 2부 리그 승격에 성공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만약 AC밀란이 파르마와 같은 위기에 처한다면, 이탈리아 축구계는 2018년 월드컵 진출 실패에 이어 또 한 번 큰 타격을 맞게 된다.
이탈리아 축구계는 2000년대 칼치오 폴리(이탈리아 리그 구단들의 승부조작)로 큰 타격을 맞은 바 있다. 당시 이탈리아 축구계와 리그는 몇몇 팀들이 승점을 삭감당하고 회복하기 힘든 큰 손실을 겪었다. 최근에 와서야 유벤투스, 나폴리 같은 거함들이 유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조금씩 회복을 엿보는 상황이다. AC밀란의 위기와 2018년 월드컵 진출 실패는 이탈리아 축구계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또한 AC밀란 같은 범세계적 인기 구단의 몰락은 이탈리아 축구계는 물론 세계 축구계에도 큰 손해다. 수많은 트로피와 세계적인 인기를 보유한 구단으로 높은 상업성과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넓게는 중계권, 스폰서에서부터 연관된 다른 국내외 중소규모 구단들에게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탈리아 축구계가 다시 한번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문을 잃게 될지 전 축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백희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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