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상반기 해외 시장서 '고전'…판촉비·매출원가 상승 삼양식품, '불닭' 열풍에 해외 매출 '훨훨'…관세 영향은 농심 '툼바' 하반기 해외 매출 확대· 수익성 개선 이끌까
ⓒ농심
[빅데이터뉴스 최효경 기자] 국내 대표 라면 기업 농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K-라면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신라면'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저조한 이익률을 나타내며 기업 전체 실적이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K-라면의 대세 자리는 이미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가 차지, 농심은 '뒷방신세'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라면업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타나는 상황. 최근 미국발로 시작된 관세 리스크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경쟁사에 비해 농심은 현지 공장을 갖추고 있어 본격적인 수출 확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 농심, 해외 사업 부진에 영업이익 8.1% 감소…툼바 존재감 '미미'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올 2분기 매출 8677억원, 영업이익 4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8.1% 감소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는 농심의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매출 8982억원, 영업이익 482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심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다올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농심 관계자는 "매출은 수출과 해외법인 성장에 따라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판촉비와 매출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2분기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견고한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2분기 삼양식품 매출은 5531억원, 영업이익 12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3%, 34.2% 증가했다.
삼양식품의 실적을 견인한 것은 해외 사업이었다. 삼양식품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에 판매 법인을 세워 현지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불닭 신드롬'을 일으키며 가파른 개선세를 보이는 곳은 미국이다. 2분기 삼양식품의 미국 매출은 약 1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상반기에는 무려 57%가량 늘어난 2705억원을 기록하며 삼양식품보다 먼저 미국 현지 사업을 시작했던 농심의 미국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농심 역시 2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핵심 요인은 해외에서 찾을 수 있다.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39%로, 특히 중국·일본·캐나다·호주·베트남·네덜란드 등 여러 법인 국가 중 미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2분기 농심의 국내 사업 실적의 경우 매출 6937억원, 영업이익 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9%, 77.3% 늘어났다. 반면 북미법인의 경우 매출 1432억원, 영업이익 67억원으로 각각 4.7%, 60.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6.7%P 줄어든 4.7%를 기록했다.
해외 매출 중 두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 법인 역시 매출 42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으로 매출은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무려 70.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1%P 떨어졌다.
이는 신라면의 신규 라인업 '툼바' 브랜드의 유통채널 확장 및 프로모션을 위한 투자 비용이 확대된 영향이다. 농심은 지난해부터 '툼바'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막대한 투자 비용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이 같은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현지 전 제품의 판매 가격을 10%대 인상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심이 해외법인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입점 비용을 부담하며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는 한편, 툼바의 글로벌 확장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해외 각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툼바의 존재감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타난다.
◆ 농심, 하반기 성장 모멘텀 확보?…"관세 자유에, '케데헌' 협업 마케팅까지"
한편,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실적에서 농심이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가 라면·과자 등 K-푸드 수출로 확장될 조짐이 나타나며 업계 전체가 떠들석한 가운데, 농심은 관세 직격탄을 맞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2005년 미국 LA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는 미국 현지에 라면 생산 공장 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현지 판매 물량의 대부분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심은 미국의 상호관세 15%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삼양식품의 상황은 다르다. 삼양식품은 현재 해외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수출 제품의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현지로 수출, 판매하고 있다.
실제 삼양식품은 최근 관세 부과가 예고된 이후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출 지역 다변화, 현지 가격 조정 등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15% 관세가 확정된 후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향후 현지 유통채널과 구체적인 가격 조정 품목과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농심 '툼바'는 지난 7월부터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농심의 경우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달 현지 가격 인상도 이미 마친 상황, 하반기에는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K-콘텐츠와의 협업 마케팅도 기대를 모은다. 농심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과 협업해 한정판 신라면을 출시한다. 한국을 비롯해 북미·유럽 등 주요 해외 수출 국가에서 판매될 예정으로, 농심은 '케데헌'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적용한 한정 제품을 통해 글로벌 팬들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에는 툼바 브랜드를 대형 매장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진출시키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하는 과정이었다"라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대형 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